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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카타르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

“해운업은 최근 해양오염 등의 문제로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배를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으로 바꾸면 LNG 수요를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목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카타르 쪽은 LNG 운반선을 말했고 문 대통령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LNG 추진선을 말했다"며

"두 종류의 배에 쓰이는 기술은 LNG를 압축해 보관한다는 점에서 기본 원리가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LNG 운반선과 LNG 추진선은 엄연히 다릅니다.

LNG 운반선은 말 그대로 LNG를 운반하기 위한 배이고, LNG 추진선은 배를 움직이는 엔진의 연료를 LNG로 하는 배를 말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2000년대 중반 카타르에게 납품한 LNG운반선 45척은 모두 LNG가 아닌 벙커C유를 연료로 하는 배였습니다.

LNG를 운반하면서도 연료는 벙커C유를 쓰는 것이죠.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LNG 운반선을 주문하러 온 카타르 국왕에게 굳이 LNG 추진선을 언급한 이유는 뭘까요?

대통령의 언급은 카타르가 이번에 발주하는 LNG 운반선은 벙커C유 추진선이 아니라 LNG 추진선으로 해달라는 요청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아직 주문할 지 안 할지도 모르는 (아마 하겠지만요) 배에 대해서 특별한 사양까지 요청한 것입니다. 좀 뜬금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는 너무나 중요한 말이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와 목표를 담고 있는 말이었습니다.

 

■ 앞으로 급증하게 될 LNG추진선 시장

첫번째 이유는 LNG 추진선이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장악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거대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산화물(SOx)함유량을 젼 세계 해역에서 3.5%이하에 서 0.5%이하로 강화하는 환경규제를 실시합니다.

재래 연료에서 배출되는 공해물질과 연료 누출 등으로 인한 해양과 항만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대해 선주들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3가지입니다.

첫째는 연료를 현재의 고유황유에서 저유황유로 바꾸는 것이고,

둘째는 배출가스에서 황 화합물을 씻어내리는 스크러버라는 장치를 다는 것,

그리고  세번째가 LNG를 추진 연료로 하는 LNG선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고유황유에서 저유황유로 바꾸는 방법은 연료비가 50%나 뛰어 오릅니다.

스크러버 설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설치비용이 들고 연비를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LNG 추진선은 현재로서는 건조 비용이 20%나 비싼 단점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스크러버 설치를 대안으로 채택하는 선사들이 대부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LNG 추진선을 최적의 대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건조하는 상선들은 스크러버를 채택하더라도 나중에 LNG 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게

공간과 구조를 만들어놓는 LNG-Ready 방식으로 건조되고 있습니다.

현재 LNG 추진선은 유럽을 중심으로 여객선 위주로 건조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상선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중소규모의 선박들입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대형 고부가가치 선박을 LNG 추진선으로 건조하는 것은 이제 막 시작 단계입니다.

그래서 만약 카타르의 대량 발주가 LNG 추진선으로 채택된다면 LNG 추진선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카타르 발주를 계기로 다른 대형 선사들도 LNG 추진선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될 테니까요.

이미 중소 규모의 LNG 추진선 시장은 유럽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등 전 세계가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 LNG 추진선 시장이 열리기만 하면 사실상 우리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을 만들어 확대시키는 데 있습니다.

대통령은 카타르 발주를 대형 고부가가치 LNG 추진선 시장을 개척하고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로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 또 하나의 시장, LNG 벙커링

LNG 추진선이 확대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LNG 추진선에 가스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이것을 벙커링이라고 합니다.

LNG 추진선은 연료를 저장하는 공간이 벙커C유보다 작을 수밖에 없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배들이 어디선가는 정박해서 가스를 충전해야 합니다.

LNG 추진선이 늘어나면 벙커링의 수요는 당연히 따라서 늘어나고, 벙커링을 위해 어느 항만에 정박하면 그 항만의 물동량이 늘어납니다.

즉 LNG 벙커링의 중심이 되는 항만이 곧 주변 해역의 중심 항만으로의 위치를 가지게 됩니다.

 

유럽과 미국은 이미 주요 항만에 경쟁적으로 LNG 벙커링 시설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싱가포르와 일본입니다.

우리나라는 좀 늦었습니다.

벙커링 시설 구축은 지난 정권에서도 검토됐지만 그 당시에는 아마도 LNG 시장이 얼마나 확대될지 썩 자신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우리 정부는 2018년 5월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LNG추진선 연관산업 활성화방안을 확정하고

LNG추진선 도입과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벙커링 시설 구축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좀 역할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부산항과 일본의 요코하마항은 극동아시아 지역의 LNG 벙커링 중심항의 지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지나다니는 LNG 추진선은 부산이나 요코하마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기항해서 LNG 충전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시장의 LNG 추진선 확대, LNG 추진선 국내 수주 확대, 국내 항만 벙커링 확대, 국내 항만 물동량 증가 등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맞물려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 대통령의 꿈, 신북방경제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신북방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북한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일입니다.

LNG 추진선 시장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LNG 벙커링의 규모가 커지면 러시아에서 끌어오는 천연가스를 벙커링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중동 지역에서 LNG를 들여다가 저장해놓고, 이를 부산항으로 옮겨 외국의 LNG 추진선에 가스를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으로 들여온 천연가스를 바로 주입시키는 것입니다.

러시아 천연가스는 중동산 LNG에 비해 30~40% 저렴합니다.

천연가스 자체의 가격이 비슷하더라도 이를 액화시켜서 이동하는 비용이 그 만큼 더 듭니다.

우리나라와 벙커링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일본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들여와도 어차피 LNG 형태로 바꿔서 들여올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과의 벙커링 시장 경쟁에 있어서 확고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부산항의 벙커링 시설에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것은 LNG 추진선 시장이 확대되는 것보다 훨씬 뒤의 일이 될 것입니다.

북핵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LNG 추진선이 늘어나고 부산항의 벙커링 수요가 커지게 되면 자연히 신북방경제를 서둘러 추진해야 할 필요도 더 커집니다.

그래서 북핵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할 동력이 하나 더 생기게 되는 것이죠.

 

대통령이 카타르 국왕에게 좀 뜬금없이 LNG 추진선을 언급한 것은, 카타르의 LNG 운반선 발주가

▲우리나라 조선업의 LNG 추진선 시장 장악과 세계 시장 확대,

▲부산항의 벙커링 수요 확대와 태평양 연안 중심 항구로의 도약, 그리고

▲신북방경제의 새로운 동기 확보 등의 어마어마한 꿈과 포부의 출발점이 되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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